🤔

1년

11-30-2019

작년 7월에 입사해서 10월부터 정직원이 되었으니 이제 정말로 1년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회고 까진 아니고, 그냥 개발자로 전직 후 1년 정도를 지나면서 깊이 남은 것들을 늘어놓아보고 싶어서.

그 몇가지들은 대략 이렇다.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개발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정말 늦은 시기였고 이런저런 게시판에 올라오는 ‘nn살인데 개발자 되는 거 가능할까요’의 nn 범위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나이에 거의 도박을 걸어본 것이었는데 어쨌든 성공했고, 생각보다 너무 못하지도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예전에 이것 저것 하면서 그냥 툴 같은 거 다룰 때 보다 컴퓨터의 더 깊은 부분을 만지고 있다는 데서 오는 순수한 즐거움이 있다.

UI가 좋다.

업무가 프론트엔드이기도 하고, 이전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이긴 했지만 일을 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유저가 할 수 있는 이런저런 행위의 경우의 수, 받아야 하는 인풋의 형태, 그것을 위해 제한해야 하는 유저의 행동, 그것을 위해 만들어지는 ui의 형태와 동작 등등을 생각하고 만들때 느끼는, 역시 순수한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유저와 프로그램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정말 재밌다.

해 본 만큼 알게 된다.

종종 공부하는 즐거움에만 빠지는 경우가 있어, 해 본 만큼 알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해결해본 문제 만큼 알게 되고, 내가 만들어본 만큼 알게 된다. 사실 뭐든 그랬다. 음악 저작툴을 잘 다룬다고 음악을 잘만들게 되는 것이 아니고, 그냥 트랙을 많이 만들다보면 잘하게 됐었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이건 딱히 설명이 필요한 것 같진 않고… 개발 지식은 알려고 하면 할수록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까마득하게 느껴지곤 한다.

빨리 시작하고 빨리 끝내자.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잘 될 것을 잘 시작해서 잘 끝내냐가 아니라 시작-끝의 사이클 얼마나 많이 경험 하느냐인 것 같다. 처음부터 잘 만들려고 하면 시작을 못하거나 끝을 내지 못하게 되기 쉽고, 가볍게 시작해서 일단 완성하는 것이 좋다. 그 후 개선할 점이 발견되면 개선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일단 빨리 ‘떼야’ 한다. 그리고 다시 반복하는 것이 좋다.

“가려운 곳을 스스로 긁어라”

최근 제일 깊이 남은 말이다. 리워크의 꼭지 제목이기도 한데(거기선 가려운 곳’은’이긴 하다만. 다른 얘기지만 베이스캠프 책들이 정말 좋다.), 내가 필요하고 쓰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동기부여도 잘 되고, 만들면서도 재밌고, 결과도 괜찮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는 내가 얼마나 불편한지 잘 모른다. 익숙한 불편함이라는 게 있고, 잘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반복이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작은 불편도 여러번 반복되면 수면위로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일단 이 정도인 것 같다. 계속 잘 해봐야지.


©2021 Sehyun Chung